I. 특허발명의 배경
본 사건에서 무효의 대상이 된 특허는 다발성 골수종 및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제인 벨케이드(Velcade®)에 대한 것으로, 공지의 화합물인 보르테조밉(bortezomib)이 D-만니톨(D-mannitol)과 에스터 결합을 하고 있는 형태의 화합물(D-mannitol ester of bortezomib)을 청구하고 있었습니다.

보르테조밉은 프로테아좀 억제제로서 기존에 그 약리활성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르테조밉 화합물 자체로는 수용성 부형제에 용해되지 않고, 액상 조성물 형태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등 불안정하여 미식약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하였고, 따라서 약으로 시장에 출시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상기 특허의 발명자는 다양한 연구 및 시도 끝에 보르테조밉을 공지의 증량제(bulking agent)인 만니톨을 첨가하여 동결건조할 경우,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신규한 화합물(본 특허의 대상 화합물)이 생성되고, 종래의 문제점인 비용해성 및 불안정성을 현저하게 개선할 수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따라서 미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벨케이드 약물이 출시될 수 있었고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II. 지방법원의 판결
본 사건에서 인용된 선행문헌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상기 문헌을 바탕으로, (i) 통상의 기술자가 약학 조성물을 제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지의 동결건조 방법을 선택하여 공지의 보르테조밉을 공지의 만니톨을 사용하여 동결건조하는 것은 자명한 선택이고, (ii) 이러한 동결건조 과정에서 형성된 본 발명의 화합물은 자명한 기술의 결합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된 결과에 불과한 바, 대상 특허발명은 비자명성을 결여한 발명임이 주장되었습니다.
지방법원은 상기 선행문헌에 근거하여 대상 특허발명은 진보성을 결여한 발명으로 무효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아울러 지방법원은 보르테조밉과 비교할 때 특허 화합물(D-mannitol ester of bortezomib)이 가지는 기대하지 못한 효과(unexpected results; 한국 실무상 현저한 효과에 대응)에 대한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방법원은 발명의 기대하지 못한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특허발명을 이와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the closest prior art)과 비교하여야 하는데, 본 사건에서 특허발명과 비교된 보르테조밉은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지방법원은 선행문헌이 글리세롤 보르테조밉 에스터(glycerol bortezomib ester)를 조합할 수 있는 리스트를 기재하고 있으므로 글리세롤 보르테조밉 에스터가 특허발명과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이고, 이것과의 비교가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지방법원은 특허발명이 오랜 기간 동안 업계에서 해결이 요구되어온 문제를 해결한 것인 바, 비자명성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지방법원은 벨케이드(특허발명에 따른 제품)의 성공은 기존에 알려진 보르테조밉의 효과에 기인한 것인 바, 본 특허발명이 업계에서 오랜기간 동안 해결이 요구되어 온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III.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결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상기 지방법원의 판단을 모두 뒤집었습니다.
결합의 자명성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본 사건에서 인용된 선행문헌들이 동결건조가 공지된 약학적 조성물 제조방법인 점, 증량제로서의 만니톨의 사용이 공지된 점, 보론산이 에스터를 형성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 점은 모두 사실이지만, 당업자가 성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를 가지고(with a 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 보르테조밉을 만니톨과 함께 동결건조하여, 본 특허 화합물을 제조했을 것임이 자명하였음을 입증하지 못 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상기 (i)). 아울러, 선행문헌에 청구의 대상이 된 상기 신규 화합물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이 화합물이 만니톨의 존재 하에 보르테조밉을 동결건조하는 과정 중에 얻어진다는 것이 기재되어 있지 않으며, 이 화합물이 오랜 기간동안 요구되어 왔던 가용성과 안정성의 물성을 가진다는 것이 기재되어 있지 않음을 지적하였습니다.
상기 (ii)에 대하여,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당업자가 보르테조밉과 만니톨 간의 화학반응 또는 이로부터 생성된 에스터가 기존의 보르테니조밉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음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지방법원의 판단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공지된 기술의 조합에 의해 도출되는 새로운 화합물 (또는 이의 물성)이 공지된 기술의 조합에 의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이므로 자명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인데,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이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대하지 못한 효과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본 사건에서 특허발명과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은 글리세롤 보르테조밉 에스터가 아닌 보르테조밉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글리세롤 보르테조밉 에스터는 선행문헌에 나열된 리스트에서 조합할 수 있을 뿐, 실질적으로 선행문헌에서 언급되거나 제조되거나 또는 실험된 것이 아닌 바, 가장 가까운 선행문헌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업계에서 해결이 요구되어온 문제를 해결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벨케이드의 상업적 성공을 보르테조밉의 효과 자체에서 기인한 것으로만 제한 해석한 지방법원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지적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르테조밉 자체는 아무리 약리학적 활성이 있어도 제제로서 제조될 수 없는 불안정성 때문에 FDA 허가조차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본 특허발명과 같은 화합물로 제조되기 이전에는 무용지물이었음에 주목하였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FDA 허가 및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된 본 특허발명의 의미가 비자명성 판단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IV. 고찰
본 사건은 비자명성과 관련하여 선행기술의 결합 이유가 분명히 제시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비자명성 판단에 있어 기본적인 요소이지만 실무상 선행문헌이 발명의 모든 구성 요소를 게시하고 있을 때 쉽게 간과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본 사건은 기대하지 못한 효과(unexpected results; 한국 실무상, 현저한 효과에 대응)를 판단하기 위한 특허발명과의 비교대상은 선행문헌에 기재된 가장 가까운 발명이고, 이는 선행문헌에 명시적으로 기재된 것이어야 하고, 선행문헌 내용으로부터 도출(조합, 변형) 될 수 있는 내용은 이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설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상기 사건은 오랜기간 동안 업계에서 해결이 요구되어온 문제를 발명을 통해 해결한 점 및 상업적 성공 등도 발명의 비자명성을 뒷 받침하는 중요한 고려사항임을 다시 한 번 확인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지기술의 조합에 의해 도출되는 새로운 화합물 또는 이의 물성이 공지기술을 조합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특성이므로 자명성이 없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연방순회항소법원이 더 명확하게 해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는 많은 실무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사견으로는 위 사안이 발명의 기대하지 못한 효과와 연관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공지기술로 A와 B가 각각 알려져 있고, 발명이 A+B에 대한 내용인데, 조합 시 X라는 물성이 도출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상기 사건에서 지방법원이 구성한 법리에 따르면 (현재 심사실무상 통용되는 법리이기도 합니다), A와 B가 각각 공지되어 있고 이의 조합이 자명한 경우라면, A+B가 가상의 발명으로 만들어지고 이와 동시에 X라는 물성도 필연적으로 갖게 될 것이므로 X라는 물성이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라도, 자명한 특징으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발명의 기대하지 못한 효과 고려 시, 발명과의 비교 대상은 선행기술의 조합인 A+B가 아니라 선행기술에 존재하는 가장 가까운 발명, 즉 A 또는 B 입니다. 따라서, A 또는 B와 비교할 때, A+B가 X라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물성을 갖게되면, 이는 발명의 기대하지 않은 효과라고 주장이 가능할 것 입니다. 사견으로는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상기와 비슷한 논리구성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판시 내용만으로는 위 사안이 명확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 법원의 추가 판결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