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2일 퀄컴(Qualcomm)과 애플(Apple)간 특허 소송들의 부산물(副産物)이라고 할 수 있는 특허 무효심판(Inter Partes Review: 이하 IPR) 한 개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IPR은 지난 2017년 11월 퀄컴의 소송에 대응하여 애플이 소송 대상 특허들 중 한 개에 대하여 무효화를 시도했던 것에 대한 결과입니다. 해당 특허는 US 8,683,362이고 IPR 번호는 IPR 2018-01252입니다.
우선, 간단히 퀄컴과 애플의 분쟁 경과를 살펴보면, 지난 2017년 1월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가 퀄컴을 무선통신 칩셋 관련 반독점법(Antitrust) 위반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연방법원에서 제소하고, 여기에 편승하여 애플이 퀄컴을 상대로 계약위반, 불공정 거래 소송을 시작하고, 이에 질세라 퀄컴이 애플을 특허 침해로 제소하기 시작하면서, 이 두 개의 거대 기업간 소송이 절정으로 향하는 듯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4월, 애플은 퀄컴의 특허 라이센스를 유상 획득하고, 퀄컴이 애플에 5G 칩을 공급하기로 합의하면서, 양사간의 모든 다국적 소송들이 취하되었었습니다. 그랬지만, 여전히 일부 소송들 도중에 시작되었던 IPR들이 있어, 그 중 하나의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소송이 취하되더라도 IPR이 취하(Dismiss)되지 않고 진행된 경우로 보입니다.
이 IPR의 해당 특허인 US 8,683,362는,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의 유저 인터페이스에 관한 것인데, 복수의 애플케이션들을 카드 형태로 디스플레이하고, 사용자가 손가락을 움직여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며, 지울 때에는 해당 카드를 선택 후 화면 상단으로 끌어서 없애도록 하는 기술에 관한 것입니다. 아이폰(iPhones), 아이패드(iPads)은 물론이고 안드로이드 기기(Android devices)에도 많이 사용되는 유저 인터페이스입니다.
우선, IPR의 결과는, 대상 청구항들 모두(claims 1-6 and 8-20)가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IPR의 과정은, IPR 신청인(Petitioner: 애플)의 특허 무효 신청서(Petition)가 심판원(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이하 PTAB)에 제출되면, 이에 대하여 특허권자(Patent Owner: 퀄컴)의 답변서(Patent Owner Response)가 따라오고, 대응하여 IPR 신청인의 답변서(Reply)가 있습니다. 또, 이 Reply에 대응하여 특허권자의 추가 답변서(Sur-reply)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8년 바뀐 IPR 규정에 의해 특허권자가 마지막으로 말 할 기회를 갖는 것이지요. 물론 PTAB이 허락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구두심리(Oral Hearing)을 합니다. Oral Hearing에서는 IPR 신청인이 먼저 마이크를 잡습니다. 다음에 특허권자가 반론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IPR 신청인이 특허권자의 반론을 반박하고, PTAB의 재량하에 특허권자에게 재반론(Sur-rebuttal)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IPR의 기본적인 전제가 신속한 특허 유무효 판단에 있는 바 (IPR 신청 개시결정후 1년내 결정), 신청인은 신청서에 해당 특허가 무효인 근거를 정해진 분량 (14,000 단어)으로 모두 담아 내어야 합니다. 나중에 딴 소리 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IPR에서 애플의 대리인은 신청서에 없던 내용을 신청인 답변서와 재판에서 제기합니다. 신청서에 있던 무효 입장과는 좀 다른 새로운 무효 근거를 제시한 것입니다. IPR 규정(37 C.F.R. § 42.23(b))을 위반한 것이지요.
이에 대하여, 퀄컴이 이의를 제기하고 PTAB이 동의하게 됩니다. 비록 같은 선행기술(US 2007/0177803 to Elias et al.)이 언급되었지만, 애플은 신청인 답변서에서, 이 Elias선행기술이 드래깅 (finger dragging) 요소를 개시하고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은 것이지요. 비록, 애플은 이 주장이 처음에 제출했던 신청서에 포함된 내용과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대신, PTAB은 이러한 애플의 입장 변경은, 애플의 기존 주장(Arguments)를 분명히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효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IPR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합니다. 특히, 구두심리(Oral Hearing) 중에 애플이 제출하고 설명한 슬라이드가, 애플의 새로운 주장이 과거의 그것과 다름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하면서, 애플의 바뀐 무효 주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 결과, PTAB은 애플이 이 Elias 선행기술과 주 선행기술(U.S. Patent No. 8,633,900 to Jin et al.)의 조합이 claims 1-6과 8-20을 무효화하지 못한다고 최종 판결합니다. PTAB이 애플의 바뀐 입장을 고려했었다면 IPR 결과가 달라졌겠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이지요.
IPR 절차 중에, 신청인이 새로운 무효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만(IPR 하는 사람들은 다 알아야 하는 요건), 애플의 대리인들은 처음 제출했던 신청서의 부실함을 늦게 인지하고 이를 좀 우회하려고 했었고 결국 실패한 것입니다. 사실, IPR 신청인이 IPR 도중에 특허권자의 입장을 알게 된 이후에 무효 근거를 수정하고 싶은 유혹이 있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효 신청인에게는 최초 IPR 신청서에서 주장했던 무효 근거와 얼마나 근접하게 무효 주장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며, 특허권자는 이러한 신청인의 미묘한 무효 근거나 주장의 변화를 알아채리고 대응하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아무튼, 다시 한번, IPR 신청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아직, 애플이 신청한 퀄컴 특허들에 대한 IPR이 7개 더 남아있으니, 주목할 만한 결과나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