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조약에 따른 우선권을 인정받기 위한 여러 요건 중에, 최초 우선권 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에 제2국 출원을 하여야 하는 요건과 더불어 “동일 출원인” 요건과 “동일 발명” 요건이 있습니다. 그외에도 우선권 주장을 하는 절차/형식 상의 요건을 국가마다 달리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중 “동일 출원인”과 “동일 발명”의 요건에 대해 최근에 있었던 유럽특허청 이의신청부 이의결정과 미국특허청 항고심판원의 IPR 개시결정을 들어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동일출원인”요건
미국 특허법에서는 “동일 출원인” 요건은 우선권 주장의 기초가 되는 제1출원과 우선권 주장을 포함하는 제2 출원사이에 적어도 한명의 발명자가 공통으로 포함되어 있으면 동일 출원인 요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인정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1출원이 미국 가출원인 경우나 해외 출원인 경우 모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AIA 이전의 미국특허법상에서 “발명자”만이 특허출원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던 것을 고려하면 이런 정책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A 법 하에서는 발명자로부터 권리를 양도받은 양수인이 특허출원을 할 수 있도록 출원인의 자격을 확장시키고 있지만, 위의 정책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미 저희 블로그에서 설명드린 바 있는 것 처럼, 미국에서의 발명자 결정은 꽤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진정한 발명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발명자가 아닌 자가 발명자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 무효사유 혹은 unenforceability의 사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가출원을 할 때에는 청구항을 기재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되어 있고, 이와 관련하여 발명자의 기재에 대해서도 적어도 1명의 발명자만 기재하면 충분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발명자가 확정되지 않은 이유로 혹은 절차상의 편이를 위하여 가출원에 대해 양도증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제도와 실무가 미국 가출원을 기초로 우선권 주장을 하여 제2국에서 출원을 했을 때 “동일 출원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예로, CRISPR/CAS9 원천발명의 출원인중 한 그룹인 Broad Institute, MIT, Harvard College (총칭하여 “Broad”)와 University of California, University of Vienna, Charpentier (총칭하여 “CVC”)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허분쟁, 특히 Broad 의 유럽특허 이의신청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Broad 의 유럽특허는 12개의 미국 가출원에 대해 우선권주장을 하고 있는 PCT/US13/74819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유럽출원은Broad Institute, MIT, Harvard College를 공동출원인으로 기재하고 있습니다. 한편, 12개의 미국 가출원중 첫번째와 두번째 가출원의 공동발명자로 기재된 Maraffini 등은 PCT/유럽출원의 출원인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Rockefeller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Rockefeller소속의 공동발명자들은 발명에 대한 권리나 우선권주장을 할 권리를 PCT/유럽출원인으로 표시된 세 출원인중 어느 곳에도 양도를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유럽특허청의 이의신청부(Opposition division)는 Broad의 유럽특허가 첫번째와 두번째의 미국가출원에 대해서는 “동일 출원인”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우선권을 인정받을 수 없고, 미국가출원과 유럽출원의 출원인이 동일한 것을 처음으로 만족시키는 세번째 가출원을 최초 우선권 일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판단에 기초해서, 유럽특허청 이의신청부는 세번째 가출원의 출원일 2013년 1월 30일 이전인 2013년 1월 29일에 발표된 논문들을 선행문헌으로 인용하여 Broad 유럽특허의 모든 청구항이 신규성이 없다고 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동일한 우선권 주장을 하여 출원된 여러 Broad특허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데, 현재Broad가 이의신청에 불복하여 항고를 진행하고 있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받고 있지만, 항고에서 이의신청부의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동일발명”요건
한편, “동일발명” 요건은 우선권주장을 포함하고 있는 본건 출원의 청구항이 우선권 출원 서류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특허법에서는 112(a)에 규정된 명세서 기재요건(written description)과 실시가능요건(enablement) 모두를 만족시켜야만 우선권 인정을 위한 동일발명 요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권 출원서류가 본건 출원 청구항의 전체 범위를 충분히 뒷받침해야만 우선권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특허법 제102조에 규정된 신규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선행문헌이 본건 청구항의 범위에 속하는 일부만 기재하고 있으면 선행문헌으로서의 자격을 갖습니다. 즉, 112조에 규정된 명세서 기재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기재(disclosure)의 정도가 102조 선행문헌으로서의 자격을 가질 수 있기 위한 기재의 정도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발명자 자신의 우선권 출원이 본건 출원의 신규성을 부정하는 선행문헌이 될 수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2019년 6월 3일 특허청 항고심판원이 IPR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IPR2019-00329 는 이런 불운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IRP2019-00329에서, 특허권자는 Invidior UK Ltd.이고 IPR 신청인은 Dr. Reddy’s Labs입니다. IPR을 신청할 수 있는 근거는 특허나 간행물을 선행문헌으로 인용하는 특허법 102조 (신규성)나 103조 (진보성)만을 포함하고 있고, 특허법 112조의 명세서 기재요건을 무효사유로 다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Dr. Reddy’s는 Invidior의 특허의 우선권 인정여부를 이슈화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명세서 기재요건 불비를 다투었고, 그 결과로서 우선권을 인정받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IPR의 대상이 되는Invidior 특허 9,687,454 (‘454특허)는 점막에 접착되는 필름을 청구하고 있고, 2009년 8월 7일에 출원된 미국출원 12/537,571(‘571 출원)을 최초 출원으로 하여 총 5개의 계속 출원들(continuation applications)에 대한 우선권주장을 하여 2016년 1월 6일에 출원되었습니다. ‘454특허의 독립항 1항과 종속항인 5항은 각각 아래와 같습니다:
Claim 1. An oral, self-supporting, mucoadhesive film comprising:
(a) about 40 wt % to about 60 wt % of a water-soluble polymeric matrix;
(b) about 2 mg to about 16 mg of buprenorphine or a pharmaceutically acceptable salt thereof;
(c) about 0.5 mg to about 4 mg of naloxone or a pharmaceutically acceptable salt thereof; and
(d) an acidic buffer; wherein the film is mucoadhesive to the sublingual mucosa or the buccal mucosa;
wherein the weight ratio of (b):(c) is about 4:1;
wherein the weight ratio of (d):(b) is from 2:1 to 1:5; and
wherein application of the film on the sublingual mucosa or the buccal mucosa results in differing absorption between buprenorphine and naloxone, with a buprenorphine Cmax from about 0.624 ng/ml to about 5.638 ng/ml and a buprenorphine AUC from about 5.431 hr*ng/ml to about 56.238 hr*ng/ml; and a naloxone Cmax from about 41.04 pg/ml to about 323.75 pg/ml and a naloxone AUC from about 102.88 hr*pg/ml to about 812.00 hr*pg/ml.
Claim 5. The film of claim 1, wherein the weight ratio of (b):(a) is from about 1:3 to about 1:11.5.
최초 우선권출원인 ‘571 출원에는 폴리머 (a)성분의 함량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기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The film may contain any desired level of self-supporting film forming polymer, such that a self-supporting film composition is provided. In one embodiment the film composition contains a film forming polymer in an amount of at least 25% by weight of the composition. The film forming polymer may alternatively be present in an amount of at least 50% by weight of the composition.
Petitioner인 Dr. Reddy’s는 위 문장은 청구항 1항에 기재된 약 40%-약 60%의 범위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571출원의 실시예에 기재된 데이타도 청구항 5항에 기재된 함량 비율의 범위를 뒷받침하지 못하므로(written description 결여), ‘454 특허는 ‘571 출원의 출원일에 대한 우선권인정을 받을 수 없고, 따라서 ‘571 출원의 공개공보(2011년 2월 10일 공개)에 의해 신규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허권자인 Invidor는 명세서에 기재된 하한치 25% 혹은 50% 로부터, 그리고 실시예에 기재된 함량 48.2%와 58.6%로부터 40%-60%의 함량범위 및 1:3 – 1:11.5의 비율범위가 뒷받침된다고 주장했지만, 항고심판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청구된 범위에 속한다 할지라도 특정한 개별적인 수치의 기재만으로는 하한치와 상한치가 있는 범위를 뒷받침하지는 못한다고 하면서, IPR신청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454 특허와 우선권주장을 한 모든 선행 출원들이 동일한 명세서를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454특허의 출원일인 2016년 1월 6일을 기준으로 해서 신규성/진보성을 판단하게 되고, 2011년 2월 10일 공개된 최초출원 ‘571 출원에 의해 신규성이 없다고 보여지므로, IPR trial을 개시할 것을 (institution) 결정했습니다.
‘454특허는 지방법원에 계류중인 여러 특허침해소송의 대상이 된 특허임을 감안하면, 특허권자가 입게 될 수 도 있는 상처는 아주 클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우선권 출원이 본건 청구항에 기재된 특정 범위를 뒷받침하지 못함으로 해서 우선권 인정은 받지 못하고, 그 결과로 본건 청구항의 신규성을 상실하도록 하는 선행기술이 되어버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Broad의 유럽특허 이의신청 결정과 Invidior의 IPR 개시 결정 사건은, 국가별로 상이한 절차/형식상의 요건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지, 그리고 좋은 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 새삼 상기 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