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on은 2019년 5월 현재 전세계 12개국에서 Digital Marketplace를 통해서 무려 3억5천3백만개의 제품들(상품식별자 SKU기준)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작년, Apple에 이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던 Amazon이 운영하는 Amazon.com이 세상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 Amazon의 주목할 만한 사업 방식은, 제 3자가Amazon의 전자상거래(e-Commerce) 서비스를 이용해서 Amazon.com에 자신의 상품을 등록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3자 판매방식이, 이제는Amazon.com 판매액의 약 55%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물론, 나머지는 Amazon이 직접 판매(“shipped and sold by Amzon.com”)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제3자 판매방식에는, 적지 않은 수의 한국 중소기업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판매 제품으로는, 생활용품에서부터 건강보조기구, 화장품, 장난감 등 다양합니다. 그러다 보니, 늘 그러했듯이, 중국 업체들이 Amazon.com에서 판매되는 한국업체의 제품들을 카피해서 판매하여 한국업체들의 시장을 빼앗는 경우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를 본 업체들이, 해당제품에 자기 특허가 있는 경우, 어떻게 이 특허를 활용하여 중국업체를 막을 수 있는 지 문의해온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피해업체들이 Amazon을 직접 소송할 경우가 아니라면, Amazon의 절차에 의거하여 Amazon에 특허 침해 사실을 입증 통보하고, 그 중국업체들의 제품을 Amazon.com에서 내리도록 요구하는 절차를 소개해드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절차 역시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우선, 특허권자로서는 특허침해 입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소송이나 IPR을 통하지 않고는 않되니), 판매자의 경우, 특허침해 입증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순전히 Amazon 자체 판단에 의해, Amazon.com에서 제품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양측 모두 억울한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초부터 Amazon이 Amazon.com을 통해서 사업을 하는 일부업체들에 대해서 중립적인 특허평가(Neutral Patent Evaluation)라는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아래에 그 내용을 소개하겠지만, 일종의 약식 중재절차 같아 보입니다. 언뜻보기에, 공정해보이고 비용대 효과가 클 것 같은 바, 시범 운영의 추이에 따라, Amazon.com에서 사업하는 모든 업체들이 참여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번 기회에 그 내용을 소개해드립니다.
먼저, Amazon.com을 통해 판매되는 제3자의 제품이 자신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특허권자는, 일종의 Amazon 표준 약관이라고 할 수 있는 중립 특허평가 계약서(Amazon Utility Patent Neutral Evaluation Agreement)에 서명하고, 이 제3자(이하 “판매자”)의 특허 침해에 대한 정보를 Amazon에 제공합니다. 해당 특허와 어떤 점이 특허를 침해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정보 정도면 될 것입니다. 해당 특허를 침해하는 판매자가 복수라면, 복수의 판매자의 특허 침해 정보를 제공하면 됩니다. 이에 따라, Amazon은 각 판매자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면서, 특허권자가 서명한 중립 특허평가 계약서에 판매자도 3주안에 서명하도록 요청합니다. 양측의 동의하에, Amazon이 지정한 평가자(evaluator)가 중립적으로 특허를 판단하게 하겠다는데 동의하라는 것이지요. 이때, 판매자가 이 Agreement에 서명하지 않으면, Amazon은 해당제품을 Amazon.com에서 내리게 됩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특허권자와 각 판매자가 Amazon이 지정하는 평가자에게 4천불씩을 내도록 되어 있는데, Amazon은 이 4천불에 전혀 관여하지 않습니다. 정해진 시간내에, 이 4천불이 특허권자로부터 입금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제품은 Amazon.com에서 계속 판매가 가능하게 됩니다. 반대로, 판매자가 4천불을 입금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판매자의 제품은 Amazon.com에서 내려집니다. 즉, Amazon.com을 통해서는 판매할 수 없게되는 거지요. 일종의 결석판결(default judgment)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측이 모두 4천불씩을 입금하게 되면, 평가자가 특허 평가 일정을 수립하고, 특허권자에게 먼저 21일내에 최초 주장(initial arguments)을 서면으로 제출토록 하고, 판매자는 이에 대하여 14일내에 답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특허권자는 판매자의 답변에 대하여 7일내에 반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특허평가 절차가, 소송은 아니니, 디스커버리(discovery)나, 청문(hearing), 재판(trial) 따위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종의 약식 중재 절차와 유사하다 보니, 특허권자의 침해 주장은1개 제품 (Amazon 제품분류 기준상), 1개 특허, 1개 청구항에 제한됩니다. 반대로, 판매자는 다음과 같은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1) 비침해주장, (2) 법원이나 미국특허청, 또는 연방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의 판결문에 근거한 무효나 행사불가능(unenforceability) 주장, 그리고 (3) 판매자의 제품이나 동일한 제품이 해당 특허의 유효출원일로부터 1년 이전에 판매되고 있었다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증거.
이상의 주장들이 문건으로 모두 제출되고 난 이후, 평가자는 14일내에 평가결과를 발표합니다. 구체적으로, 특허권자가 특허침해를 입증할 수 있을 것 같다거나, 입증에 실패할 것 같다는 판단결과와 그 근거를 공개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특허평가자가 판사나 배심원이 아니니, 확정적으로 특허침해나 무효를 판결할 수는 없지요. 아무튼, 이 평가 결과에 따라, 그 제품을 Amazon.com에서 계속 판매할 수 있을지 말지가 결정됩니다. 누가 이기든, 이 평가의 승자(?)는 평가를 위해 냈던 4천불을 돌려받고, 특허 평가자는 패자(?)가 냈던 4천불을 갖게 됩니다. 한편, 이 중립적 특허평가 절차는 디자인 특허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 절차에 재심(appeal or reconsideration) 같은 것은 없지만, 패자가 법원 소송을 통해 반대의 결과를 얻으려고 하는데에 대한 제약도 가하지 않습니다.
Amazon의 이 중립적 특허평가 제도가 일견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신속하게 특허침해 이견을 조정하는데 기여할 것은 분명해보입니다만, 아직 시범적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향후 Amazon이 이 제도를 어떻게 확대해나갈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장에, 제품 판매규모가 아주 크거나, 대상 특허들이 많고, 판매자들도 많으며, 특허기술이 복잡한 경우, 특허권자나 판매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백만불이 들 수도 있는 소송을 피하고, 신속하게 침해업체를 견제하는데 이 제도는 유용하게 이용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Amazon.com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에서 일어나는 특허분쟁 제도라는 점에서 이 시장에서 사업하는 참가자들에게 아주 큰 관심을 일으킬 것임에 분명합니다.
한편, 이상에서 소개한 Amazon의 중립적 특허평가 제도는, Amazon이 직접 판해하는 제품이 특허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두어야겠습니다. Amazon이 특허 침해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미국 특허법의 281(a)의 직접 침해(direct infringement)를 구성할 수도 있고, 또한, Amazon.com에서 일어나는 제 3자 판매의 경우에도 Amazon의 관여 정도에 따라 281(b) 조항을 저촉하는 간접 침해(indirect infringement)를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Amazon이나 eBay같은 초대형 마켓플레이스의 특허침해 사례는 다음 기회에 분석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