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Alice Corp. v. CLS Bank Int’l, 134 S. Ct. 2347 (2014) 판결은 추상적 개념(abstract idea)의 특허 적격성을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판례 중 하나입니다. 이 판례에 의하면 추상적 개념의 특허 적격성의 판단은 첫 번째 단계(청구항이 추상적 개념에 관한 것인지 여부)와 두 번째 단계(창의적 개념(inventive concept)을 담고 있는지 여부)로 나뉘어지는데 이는 앨리스 테스트(Alice Test)라고 불립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이 Visual Memory LLC v. Nvidia Corp. 사건에서 앨리스 판례를 인용하며 원심의 판결을 뒤엎고 특허 적격성을 인정하였습니다. 특허의 대상이 된 발명은 프로세서의 캐시 메모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비주얼 메모리(Visual Memory)는 다양한 종류의 프로세서와 연동하여 작동을 할 수 있는 유연성 캐시 메모리에 관한 미국 특허 제5,953,740호(“‘740 특허”)의 특허권자였으며 그래픽 카드 업계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Nvidia)를 상대로 특허침해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캐시 메모리는 중앙처리장치(CPU) 등의 내부에 장착되어 최근에 수행한 명령이나 최근에 액세스 한 데이터를 저장함으로써 반복연산의 속도를 현저하게 높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캐시 메모리는 DRAM 등과 같은 주 메모리(main memory)보다 속도가 빠른 대신 단가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만을 사용합니다. 또한 캐시 메모리는 일반적으로 프로세서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부터 프로세서의 타입에 맞추어서 따로 설계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프로세서를 개발할 경우에 기존에 설계한 캐시 메모리를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고 새 프로세서에 맞추어 캐시 메모리를 따로 개발해야 했기 때문에 캐시 메모리의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740 특허는 캐시 컨트롤러를 내부 캐시(internal cache), 프리페치(pre-fetch cache), 쓰기 버퍼 캐시(write buffer cache)로 다원화한 후에 작동에 관한 제반 설정을 서로 다른 종류의 프로세서에 알맞게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캐시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즉, 시스템에 전원이 인가되면 프로세서의 종류를 감지한 후 캐시 메모리가 그에 맞게 설정을 바꾸어 주는 것입니다. 특히 특정 프로세서에 따라 내부 캐시에 명령어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저장할지 비명령어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저장할지를 자유자재로 지정할 수 있었습니다. ‘740 특허의 명세서에 의하면 이 방식에 의한 캐시 메모리는 기존 방식에 비해 주 메모리에 보다 빠른 접근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시스템의 성능을 높여준다고 했습니다.
‘740 특허의 독립청구항은 의외로 간단했는데 제1청구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A computer memory system connectable to a processor and having one or more programmable operational characteristics, said characteristics being defined through configuration by said computer based on the type of said processor, wherein said system is connectable to said processor by a bus, said system comprising:
a main memory connected to said bus; and
a cache connected to said bus;
wherein a programmable operational characteristic of said system determines a type of data stored by said cache.
원심에서 엔비디아는 ‘740 특허가 특허 적격성을 결여했기 때문에 소송의 이유 없음(failure to state a claim)을 이유로 소송 각하 요청(motion to dismiss)을 하였고, 원심은 앨리스 테스트의 제1단계를 적용하여 ‘740 특허의 청구항이 “카테고리별 데이터 저장에 관한 추상적 개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제2단계에서 창의적 개념이 결여된 일반적인 컴퓨터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소송 각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반면 항소심은 이 판결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항소법원은 Enfish와 Thales 판례를 인용하며 ‘740 특허의 청구항이 단순한 카테고리별 데이터 저장이 아닌 향상된 컴퓨터 메모리 시스템에 관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항소법원은 특히 명세서에 밝히고 있는 바 ‘740 특허의 향상된 메모리 시스템의 여러 장점을 열거하면서 Enfish 사건의 자기참조 테이블과 Thales의 모션트랙킹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본 특허는 더 나은 컴퓨터 메모리 시스템을 통한 기술적 발전을 담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법원은 또한 101조 특허 적격성 판단에 112조에서 요구하는 실시가능(enablement) 요건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으며, ‘740 특허에서 종래의 컴퓨터 부품(conventional computer components)을 사용했다고 해서 특허 적격성이 자동적으로 결여되는 것은 아님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원심에서 특허 적격성의 판단이 본안심리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피고가 제기한 소송 각하 요청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있어서 모든 것이 특허권자에 유리하도록 해석이 되었습니다. 즉, 소송 각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사실 관계를 제대로 따지기에 앞서 “모든 사실 관계를 원고에게 유리한 쪽으로 간주를 하더라도 원고가 승소할 가능성이 없는지” 여부를 따지기 때문에, 특허권자인 원고의 특허 명세서에 열거되어 있는 발명에 대한 장점들의 시시비비를 실제로 가리지 않고 무조건 옳다고 간주를 해 주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이 없었다고 할지라도 항소법원은 ‘740 특허의 청구항뿐 아니라 명세서에 명시된 내용에 큰 무게를 실어 주었습니다. 특허 적격성 판단에 있어서 특허 명세서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셈입니다. 따라서 추상적 개념이라는 이유로 특허 적격성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는 분야일 수록 발명의 내용이 해당 기술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발전을 가져다 주는지를 명세서에 자세하게 기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 관련된 발명이라면 해당 발명을 통해 컴퓨터 자체의 성능이 어떻게 향상될 수 있는지를 명세서에 정확히 기술함으로써 특허 적격성의 주장이 훨씬 용이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