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자사의 특허를 보호할 목적으로 인디언 부족에게 특허권을 양도한 제약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드린 바 있습니다. 바로 안구건조증 치료제인 레스타시스(Restasis)에 관한 여섯 건의 특허를 뉴욕 주 외지에 떨어져있는 세인트레지스모호크(St. Regis Mohawk) 부족(이하 “모호크 부족”)에게 양도한 대규모 다국적 제약회사 엘러간(Allergan)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일련의 특허의 공격을 받은 마일런(Mylan), 테바(Teva), 에이콘(Akorn) 등의 제약사는 이 특허들의 무효를 주장하며 특허심판원(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PTAB)에 inter partes review(IPR) 심판을 청구하였고, 엘러간과 모호크 부족은 주권면책특권을 앞세우며 IPR 심판을 저지하려고 했습니다. 모호크 부족은 고유의 자치권을 갖는 부족국가이므로 미국 연방정부의 일개 주무관청인 특허청(USPTO)에서 주관하는 특허심판의 피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PTAB은 이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모호크 부족과 엘러간은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에 항소를 하기에 이릅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본 Saint Regis Mohawk Tribe v. Mylan Pharm 사건의 판결문 서두에서 인디언 부족들에게 주어지는 주권면책특권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그 법리를 전개했습니다. 미국의 50개 주와 부족국가들의 주권면책특권의 시초는 보통법(common law)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연방정부가 직접 행한 행위에 대해서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다시말해 예를 들어 한 개인이 연방법원에서 부족 자치국을 대상으로 소를 제기했다면 피소를 당한 자치국이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연방정부가 정부기관을 통해 수사나 조사를 하거나 행정처분을 내린 때에는 주권면책특권의 보호를 받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에 인디언 부족국가와 관련된 노동법 위반 행위, 불평등 고용 사례, 전력 발전을 위한 토지수용 건 등에서 연방정부의 개입이 정당하며 면책특허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연방대법원 및 항소법원 등에서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연방정부기관의 행정처분이라고 해서 주권면책특권의 적용이 일률적으로 배제되는 것 역시 아닙니다. 연방 대법원 2002년 판결인 Fed. Maritime Comm’n v. S.C. State Ports Auth.(이하 “FMC”)에 의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가 운영하는 항만시설이 관련 연방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한 사적 개인이 제기한 청원을 연방해양위원회(Federal Maritime Commission)가 사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릴 때, 여기서 핵심이 되는 질의는 과연 “개개의 주(州)들이 미연방에 가입을 했을 당시에 입안자들이 부여하고자 했을 법한 성질의 면책특권인지”를 가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입각하여 FMC의 심판 절차가 연방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반 민사소송 절차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FMC의 처분에 대해서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주권면책특권이 적용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본 사건에서도 PTAB의 IPR 절차에 주권면책특권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IPR의 소송절차가 일반 연방법원에서의 민사소송 절차와 얼마나 닮았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호크 부족은 FMC 심판과 마찬가지로 IPR 심판 역시 두 사적 당사자 간의 경합에서 비롯되는 사법적 판단 절차이며, 심판의 전개 방향(contour)을 결정하는 주체는 특허청이 아니라 신청인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무효심판 신청인인 마일런 측은 IPR은 전형적인 행정처분에 가까우며 PTAB의 역할은 두 사적 당사자 간의 주장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과거에 이미 부여한 권리를 독자적으로 재고하는 절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법원은 IPR 심판이 엄밀한 의미의 사법적 판단 절차도 아니고 연방정부의 행정처분 절차도 아닌 “사법적 성격을 지닌 혼합형 절차(“hybrid proceeding” with “adjudicatory characteristics”)”임을 전제하는 한편 아래의 이유로 인하여 IPR이 민사소송보다는 정부의 행정처분에 더 근접하다고 결론을 내린 후 IPR 심판에서는 인디언 부족국가의 주권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첫째, IPR 심판의 전개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특허청장의 재량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민사소송과 달리 특허청장에게는 IPR 심판을 개시할지 말지에 관한 넓은 권한이 주어짐. 반면 FMC 심판에서는 개인 당사자가 제출한 청원을 무시하고 사법적 판단을 유보할 권한이 FMC에게 없었음.
둘째, IPR 심판에서 당사자의 지위를 고려할 때 주권면책특권이 성립할 정당성이 부족함. 예를 들어 IPR에서는 심판 개시 결정이 일단 내려지고 나면 일부 당사자가 아무리 심판 절차에 더 이상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어도 PTAB은 재량에 따라 심판을 속행할 수 있으며, 특허청장 역시 사적 당사자가 심판을 속행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도 항소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 그러므로 이 점에서 양당사자의 분쟁을 조정한다기보다는 정부기관이 스스로 부여한 권리를 재고하는 절차에 더 가까움.
셋째, FMC 심판과 달리 IPR 심판은 연방민사소송절차법(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에 기반하지 않음. 유사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민사소송에서 소장의 보정을 폭넓게 인정하는 데 반해 IPR에서는 오탈자 등의 수정만이 가능하며, 반대로 민사소송에서 허용하지 않는 특허청구항의 보정은 IPR에서 보다 자유롭게 인정하고 있음. IPR과 민사소송은 증거개시절차(discovery)의 인정범위에서 역시 큰 차이를 보임 (민사소송에서 그 인정 범위가 훨씬 넓음).
넷째, 단순히 과거 특허청에 IPR보다 판단 범위가 더 넓고 일반 재판과는 덜 유사한(more inquisitorial and less adjudicatory) 재심사(ex parte or inter partes reexamination) 제도가 있었다는 점만으로 반드시 의회가 IPR 제도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주권면책특권을 허용할 것을 의도했다고 간주할 수는 없음.
항소법원은 위의 네 가지 이유를 열거하면서 IPR 심판에는 주권면책특권이 설 자리가 없음을 명확히 못 박았습니다. 한편 항소법원은 판결문 말미에 “본 사건에서 판시하는 바는 어디까지나 부족국가의 면책특권이 IPR에 적용되는지 여부에만 국한”되며 미국의 50개 주가 갖고 있는 주권면책특권이 IPR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판결은 미래를 위해 보류한다고 명시하였기에 특허권 양도와 주권면책특권의 만남이 이로써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님을 시사해 주었습니다. 본 사건에서 다루어진 부족국가의 면책특권 문제 역시 앞으로 전원합의체 판결(en banc hearing) 혹은 대법원에서 다시 한 번 다루어질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이 이슈가 당분간은 여전히 수면 위에 표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