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가까이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던 Oracle v. Google 사건이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에서 또 하나의 커다란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만 두 번째로 다루어진 이 사건은 첫 번째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오라클의 승리로 일단 종식이 되는 듯합니다.
I. 배경
오라클과 구글 사이의 법적 공방의 중심에는 썬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가 개발하고 오라클이 매입한 자바(Java)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플랫폼이 서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자바 2 스탠더드 에디션(Java SE)이 문제의 핵심이며 그 중에서도 공통적이고 반복적인 컴퓨터 기능들을 구현해 놓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가 논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 자체는 누구든지 허락을 받을 필요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오라클은 경쟁 플랫폼이나 임베디드 기기에 자바 API을 사용하는 데에는 라이선스 비용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모바일 기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하여 2005년에 안드로이드 사를 인수하여 모바일 기기를 위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에 착수합니다. 구글은 자바 플랫폼 사용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썬마이크로시스템스와 협상에 돌입했으나 이 협상은 결론 없이 무산되고 맙니다. 구글은 자체적으로 API를 개발하려는 시도도 하였으나 그 성과가 여의치 않았고 차기 플랫폼 개발에 대한 열망이 앞선 나머지 라이선스를 체결하지 않은 채 자바를 채택하기에 이릅니다. 구글은 서른일곱 개의 자바 API 패키지에서 1만1500줄에 달하는 선언문 코드(declaring code)를 토씨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차용할 뿐만 아니라 자바 API 패키지의 구조, 순서 및 조직(이른바 “structure, sequence, and organization” 혹은 SSO)을 그대로 베껴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II. 법적 논쟁
썬마이크로시스템스로부터 자바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양도 받은 오라클은 2010년에 자사의 자바에 관한 특허와 저작권법을 근거로 캘리포니아 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구글을 대상으로 침해의 소를 제기하기에 이릅니다. 구글은 저작권 침해에 관하여서는 fair use의 방어 법리를 들며 자바 API 사용이 정당함을 주장했습니다. 이 첫 번째 재판에서 특허에 관한 부분은 비침해로 결론이 났고 저작권에 관해서도 API 패키지는 저작권의 대상이 아니라는 법적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저작권 자체가 성립을 하지 않는다고 결론이 내려졌으니 구글의 사용이 fair use인지에 관한 판단은 미루어졌습니다. 이 결정에 항소한 오라클은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2013년에 시작된 항소심에서 첫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즉, 항소법원이 프로그램 코드와 SSO 역시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하위심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죠. 구글은 이에 굴하지 않고 연방대법원에 저작권 문제에 관하여 항소(petition for certiorari)를 신청하였으나 대법원은 이 신청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1심으로 다시 환송이 되어 다음 이슈인 fair use에 관한 사항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구글은 이 두 번째 사실심에서도 승리를 거두어 자바 API 사용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을 받았으나 오라클은 두 번째로 항소하여(이미 항소한 바 있지만 첫 번째 항소는 다른 사안, 즉 컴퓨터 코드와 SSO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냐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fair use에 관한 별개의 문제로 재차 항소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바로 본 사건이 진행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항소심에서도 하위심의 판결을 번복하며 오라클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즉, 구글의 사용이 fair use에 관한 방어 법리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요지였습니다.
III. Fair Use
우리말에서 “공정 이용” 혹은 “공정 사용”이라는 용어로 번역되기도 하는 이 법리는 미국에서 저작권 침해에 관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어 수단 중 하나입니다. 즉, 저작권 침해의 다른 모든 요소가 성립하는 경우에도 저작권물의 사용이 fair use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 그 사용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연방대법원과 연방순회항소법원 등에서는 fair use의 성격을 적극적 방어(affirmative defense)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fair use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해서 그 사용이 자동으로 비침해로 간주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가 fair use를 주장하여 이에 성공할 경우에만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원래 판사들의 재량에 의해 보통법(common law)으로 발전해 온 이 법리는 1976년에 연방법(17 U.S.C. § 107)으로 성문화되어 미국 저작권법의 큰 줄기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법은 저작권물을 “비평, 논평, 뉴스 보도, 교육, . . . , 학술 혹은 연구”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보호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연방법 107조에 의한 fair use의 방어 법리는 카테고리 별로 무조건 보호가 되는 분야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사건 별로 개개의 사안을 통해(case-by-case)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위에 명시된 비평, 논평, 보도, 교육 등에 해당한다고 자동으로 보호가 되는 것이 아니며 상기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호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또한 오로지 법원의 판단을 통해서만 적용이 되는 예외 사항이기 때문에 마냥 이 법리에만 기대어 무분별하게 침해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fair use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용이라고 생각이 들어도 그것은 재판에 승소함으로써만 인정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재판이나 합의를 피해가기는 어려운 것이죠.
연방법 107조에는 다음 네 가지의 비배타적인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1) 이러한 사용이 상업적 성질의 것인지 또는 비영리적 교육목적을 위한 것인지의 여부를 포함한, 그 사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의 성격;
(3)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 전체에서 사용된 부분이 차지하는 양과 상당성; 및
(4) 이러한 사용이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이 네 가지 사항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은 네 가지의 요소를 모두 고려하고 저울질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이 법은 비록 연방법을 통해 그 정통성을 인정받기는 하였지만 그 세세한 법리 자체는 기존의 보통법의 정신을 계승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에 오랜 기간 동안 판례를 통해 형성되어 법리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즉, 이 네 가지 요소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은 판례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A. 항소심에서 법적 판단의 기준
연방대법원에 의하면 fair use에 관한 사건에는 법과 사실의 판단이 섞여 있다고 하며(a mixed question of law and fact), 그 중에서도 법적 판단이 좀 더 우선적이라고 하여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본 사건을 de novo 판단기준을 적용하여 1심의 판결에 구속되지 않고 새로운 법적 판단을 기하였습니다. 따라서 1심의 배심원들이 과거 사실에 관하여 내린 결론들은 오로지 참고 자료로만 사용했을 뿐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B. Fair Use 고려 사항 제1요소: 사용의 목적 및 성격
Fair use의 적용 여부를 가리는 데 있어서 판단해야 하는 첫 번째 요소는 사용의 목적 및 성격입니다. 여기에는 저작물의 사용이 상업적 성질의 것인지 혹은 비영리 교육적 목적의 것인지에 관한 판단이 포함됩니다. 이 제1요소를 판단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를 따집니다. 첫 번째는 “상업적(commercial) 성질”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저작물이 “변화를 가져오는 것인지(transformative)”를 따지는 것입니다. 첫 번째 기준은 사실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 기준은 법에 관한 질의입니다.
(i) 상업적 성질
새로운 저작물(침해물)을 통해서 돈을 번다고 해서 무조건 상업적 성질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2차 저작물을 만드는 모든(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와 같은 행위를 통해 금전적 수익을 얻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업적 성질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타 상업적 행위를 하면서 부차적으로 따르는 사용(incidental use as part of a commercial enterprise)이 아니라 금전적 수익을 얻기 위한 행위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고려하게 됩니다.
본 사건에서 구글이 37개의 자바 API 패키지를 사용한 것이 상업적 목적이라는 데에는 양측의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자사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무료로 공개했기 때문에 배심원들이 이를 비상업적 사용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하며, 구글이 벌어들인 광고수익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공개되기 이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검색을 통한 광고수익의 일부라고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항소법원은 안드로이드가 무료라는 사실은 구글이 자바 API 패키지를 비상업적으로 사용했는가와는 전혀 별도의 사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냅스터(Napster) 사건에서 냅스터가 비록 불법으로 복제된 음원들을 돈을 받고 판매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냅스터의 사용 행위의 성질이 상업적인 것으로 보았듯이, 구글이 설령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법적인 관점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Google’s] non-commercial motives is irrelevant as a matter of law”). 더군다나 항소법원은 상업적 성질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이 있었음을 밝힐 필요는 없으며, 상업적 성질을 밝히는 데 있어서 구글이 돈을 어떻게 벌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법원은 상업적 성질 측면만 보았을 때에는 일단 fair use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ii) 변화
Fair use의 첫 번째 고려 요소인 사용의 목적 및 성격 중에서도 이 “변화(transformative)”에 관한 요소가 으뜸이라고 대법원은 밝힌 바 있습니다. 기존의 저작물을 변화시켜 탄생시킨 새로운 창작물에 대한 사용을 인정해 주는 것이야말로 fair use 법리의 핵심(“heart of the fair use doctrine’s guarantee of breathing space”)이기 때문입니다.
저작물의 사용이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냐의 문제는 그 새로운 저작물이 무언가 새롭거나 발전된 목적이나 다른 성질을 부여하거나 기존의 것을 새로운 표현, 의미, 메시지 등으로 재해석하는지(“adds something new, with a further purpose or different character, altering the first with new expression, meaning or message”) 여부를 가리는 것입니다. 107조에 명시되어 있는 예외들(비평, 논평, 뉴스 보도 등)이 공정한 사용으로 인정받는 이유도 결국은 이 “변화를 가져다주는 사용”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화를 동반한 사용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표현, 의미, 메시지를 통해 원래의 저작물을 바꾸어 놓거나(alter)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목적(new purpose)을 가지고 사용해야 합니다.
항소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구글의 API 사용이 변화를 수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107에 명시된 어떠한 카테고리에도 해당하지 않았음. 둘째, 안드로이드에 들어있는 API 패키지는 기존 자바 플랫폼에 포함된 패키지와 완전히 동일한 목적으로 사용되었음. 셋째, 구글은 저작물의 표현이나 메시지를 아무런 가감 없이 그대로 차용했음(여기서 구글이 자신의 안드로이드 API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는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음, 즉 침해자는 자신의 창작물의 대부분이 순수창작물임을 근거로 일부 도용한 부분에 대해 용서를 받을 수 없음). 넷째, 스마트폰은 새로운 사용법이 아님(즉, 안드로이드 플랫폼 이전에도 자바가 이미 모바일 기기에 널리 사용되었다는 증거가 제시됨). 여기서 특기할 만한 점으로 법원은 만약 구글이 API를 동일한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 예를 들어 API를 어떻게 설계하는지를 교육할 목적으로 자바 API를 복사해서 사용했다면 그것은 fair use로 인정 받을 가능성이 높았으리라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iii) 악의(bad faith)
캘리포니아 주 북부 지방법원의 법정관할은 제9순회항소법원(Ninth Circuit)의 소속이기 때문에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은 fair use의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제9순회항소법원의 판례를 따랐습니다. 제9순회항소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상업적 성질과 변화 수반 여부에 추가로 침해자의 침해행위가 악의를 갖고 한 것인지, 즉 침해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를 한 것인지를 고려한다고 합니다. 반면 선의의 침해행위는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즉, 침해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는 fair use가 인정될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침해사실을 몰랐다고 해서 반대로 fair use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구글이 시장진입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자바 API가 썬마이크로시스템의 소유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fair use의 인정을 받는 데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C. Fair Use 고려 사항 제2요소: 저작물의 성격
이 요소의 판단의 핵심은 저작물이 단순히 정보전달을 위한 것인지(informational) 혹은 창의적인 것인지(creative)를 가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부나 요리책 등은 정보전달의 성격이 강하고 소설이나 음악 등은 창의적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문학작품 등과는 달리 순수한 창의성의 발현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저작권법의 대상에 해당된다는 데에는 법적인 이견이 없습니다. 제9순회항소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창의성의 요소는 fair use 판단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not . . . terribly significant in the overall fair use balancing”) 요소입니다. 즉, 네 가지 요소 중에서 가장 비중이 낮은 요소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본 항소심에서 오라클은 API를 설계하는 것은 매우 창의적인 작업(highly creative process)이며 그 기능에만 구애 받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자바의 37개 API 패키지의 코드와 SSO가 저작권의 보호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오라클의 첫 번째 항소심에서 이미 인정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한 “최소한의 창의성(minimal degree of creativity)”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항소법원은 비록 배심원단이 이 창의성의 요소를 fair use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고 보았습니다.
D. Fair Use 고려 사항 제3요소: 저작물 전체에서 사용된 부분이 차지하는 양과 상당성
세 번째 요소에서 양과 상당성의 기준은 2차 저작물, 즉 침해물이 아니라 원래의 저작물, 즉 저작권의 대상이 되는 저작물입니다. 즉, 본 사건으로 치면 안드로이드 API 안에서 베낀 코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니라 원래의 자바 API 전체 중에서 구글이 베껴간 코드의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를 보는 것이죠. 제9순회항소법원은 이 세 번째 요소가 단순히 산술적으로 퍼센티지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있게(flexible)” 재단이 가능한 잣대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법원 1심에서 배심원단은 구글이 도용한 1만1500 줄의 코드는 286만 줄에 달하는 자바 SE 라이브러리의 1 퍼센트도 안 되는 극히 작은 부분(“tiny fraction”)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중에서 자바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필수적인 코드는 오직 170줄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라클은 구글이 반드시 필요한 170줄의 코드 이외에도 1만1330 줄을 더 베꼈으므로 이것이 “상당한(substantial)” 양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37개 API에 대한 SSO 전체를 도용했다는 사실 역시 잊지 않고 강조했습니다. 구글은 이것이 시스템 간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자바 프로그래머들에게 혼란을 야기하지 않기 위해서 필수적인 조치라고 항변했지만 항소법원은 저작물의 인기를 등에 업거나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저작물을 불법으로 도용할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님을 역설하며 구글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또한 구글의 전문가 증인(expert witness)이 기존의 개발자들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도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구글이 기존의 자바 모델을 대거 차용하였으며 동일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전혀 새로운 API를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음을 시인한 점 역시 구글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이 세 번째 요소는 fair use를 인정하는 데 있어 잘해도 중립(neutral) 요소밖에 안 되며 되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E. Fair Use 고려 사항 제4요소: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네 번째 요소는 타인의 침해를 통해 저작물이 시장에서 입을 수 있는 가치 하락까지 감수하며 fair use를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내용을 그 골자로 합니다. 대법원은 이 네 번째 요소야말로 “의심의 여지 없이 fair use의 가장 중요한 요소(undoubtedly the single most important element of fair use)”라고 치켜세운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 “잠재적 시장”이라 함은 피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의 잠재적 침해행위를 포함하며 저작권자가 이미 판매 중이거나 판매할 계획이 없는 제품에 대한 잠재력까지도 고려합니다. 다시 말해 본 사건의 경우, 단순히 구글이 안드로이드 API를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만약 본 사건에서 fair use가 인정될 경우 비슷한 사례로 다른 경쟁업체들(예를 들어 애플, 삼성, LG, 블랙베리 등)이 너도나도 비슷한 침해 행위를 할 시에 오라클이 입게 될 피해까지 모두 따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침해 행위가 전형적이거나 합리적이거나 생겨날 가능성이 높은 시장(“traditional, reasonable, or likely to be developed markets”)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라이선스 수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저작권자가 저작물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유통할지에 관한 독점적인 결정권을 가진다는 사실 역시 고려 대상에 들어갑니다.
본 사건에서 항소법원은 안드로이드가 출시되기 이전에 자바 SE가 이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을 했었으며 블랙베리, 노키아 등의 스마트폰에 이미 널리 사용되었고 안드로이드가 자바 SE의 직접적인 경쟁상품이 되었다는 점에서 오라클이 시장에서 실제로 피해(actual market harm)를 입었음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특히 아마존이 자사의 킨들 파이어 태블릿을 개발할 때 자바 SE와 안드로이드 중에서 어느 플랫폼을 선택할지 기로에 놓여 있었다가 결국은 안드로이드를 택했을 뿐아니라 안드로이드가 무료라는 사실을 오라클과의 라이선스 체결 협상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협상 카드로 사용하여 라이선스 비용 할인을 유도하려 했다는 사실을 인용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오라클이 직접 스마트폰을 제작 및 판매하지 않았고 자신만의 스마트폰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자바 SE와 안드로이드는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고 항변하였으나 항소법원은 그와 같은 사실은 잠재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법적 판단에 있어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irrelevant)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저작권자가 당장 해당 시장에 진입할 의지가 없거나 시장에서 성공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잠재적”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는 변함이 없으며 오라클은 언제든지 변심을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네 번째 요소에 관한 한은 구글이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에 지대한 부정적 영향(“substantially adverse impact”)을 끼쳤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F. 네 가지 요소의 저울질
위에서 언급한 fair use의 네 가지의 요소는 단순히 산술적으로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법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저울질을 해야 합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제1요소와 제4요소는 fair use에 매우 불리하게(“heavily against”) 적용한다고 판단하였고 제2요소는 fair use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제3요소는 기껏해야 중립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종합적으로는 구글이 사용한 37 API 패키지의 코드와 SSO가 정당하지 않다고 총 결론을 내렸고 본 사건은 캘리포니아 법원으로 다시금 환송이 되어 저작권 침해로 인한 배상금액에 관한 재판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IV. 맺음말
오라클과 구글의 기나긴 법정 다툼이 이로써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워낙 큰 사건이고 천문학적인 배상액이 예상되는 사건이니만큼 구글이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전원합의체(en banc) 판결을 신청하거나 대법원에 항소 신청(petition for certiorari)을 하는 것이 아마도 당연한 수순이 되겠습니다만 이러한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미미해 보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fair use가 모든 저작권 침해 방어에 사용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분명히 아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Fair use가 광범위한 대상의 합법적 사용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방어책인 것은 틀림 없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개의 사건 별로 재판을 통해서만 인정되는 예외사항이기 때문에 이 fair use의 법리만 믿고 악의의 침해 사용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fair use에 관한 결론은 재판관의 재량과 각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들쑥날쑥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또한 본 사건의 판결은 캘리포니아가 속해있는 제9 순회 재판소 판례에 기반하여 내려진 것이기 때문에 소송 지역에 따라 적용되는 법리가 미묘하게 달라서 결과 역시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본 사건의 판례로 인해 컴퓨터 코드에 fair use의 방어 법리를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님을 기억합시다. 연방순회항소법원 역시 본 판례는 “컴퓨터 코드를 도용하는 경우에 fair use defense가 절대로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못을 박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