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 미 대법원은 특허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assignor estoppel)의 폐지를 청원하는 Minerva Surgical, Inc.(“Minerva”)의 상고 허가(writ of certiorari) 신청을 수용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특허권자 Hologic, Inc.(“Hologic”)은,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을 지방 법원(district court)에서만 적용할 수 있고 IPR(Inter Partes Review) 절차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고 한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의 이전 판결을 파기할 것을 요청하는 반대 청원(cross-petition)을 제출했으나, 그 청원은 거절되었습니다. 미 대법원이 Minerva의 상고 허가 신청을 수용함에 따라, 이번 사건에서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본 사건의 쟁점은, 특허침해소송에서 특허를 양도했거나 특허 양도인과 당사자 관계를 갖는 피고 측이 해당 양도 특허에 대한 무효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다시 말하면, 특허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이 유지될지, 폐지될지, 아니면 유지된다 하더라도 그 범위가 제한될지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이슈입니다.
양도인 금반언 원칙이란
미국 특허법에서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이란, 특허를 양도한 양도인 혹은 양도인과 당사자 관계를 갖는 자는 추후에 양수인이 양도인을 대상으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서, 양도한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법원이 확립한 원칙(judge-made doctrine)으로, 약 1880년대부터 하급심에서 적용하기 시작하였고 미국 대법원 또한 제한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한편,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18년 Arista Networks1에서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이 IPR에서는 적용되지 않아 양도인이 IPR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사실관계
본 사건은 Csaba Truckai(이하 Truckai)가 1990년대에 개발한 자궁 내막 절제술 기기의 발명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발명들은 특허출원 후 1998년에 Truckai가 설립한 Novacept로 양도되었고 후에 Novacept는 Hologic에게 인수되었습니다. 양도받은 특허출원들에 대한 우선권을 바탕으로 Hologic은 2005년에 특허 6,872,183 (이하 ‘183 특허)를, 그리고 2015년 특허 9,095,348 (이하 ‘348 특허)를 등록합니다. 그리고 특허발명을 이용하여 Novasure라는 치료기기를 개발, 판매하게 됩니다.
2008년, Truckai는 Novacept를 떠나 Minerva를 설립하였고, Minerva는 Hologic의 Novasure와 비슷한 새로운 기기를 개발하여 2015년부터 판매를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Hologic은 Minerva가 ‘183 및 ‘348 특허를 침해했다며 델러웨어 지방법원에 침해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사건 절차의 개요
1심 특허침해소송에서 Minerva는 Hologic의 ‘183 및 ‘348 특허가 기재요건 (written description)과 실시가능 요건 (enablement)을 만족시키지 못해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관해 Hologic은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을 제기하였는데, 즉 ‘183 및 ‘348 특허는 Truckai가 양도하여 Hologic에 인수된 출원들을 바탕으로 하였으므로 Truckai와 당사자 관계가 있는 Minerva는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에 따라 이들 특허의 무효를 제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지방 법원은 Hologic의 의견에 동의하며 1)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에 의해 Minerva는 해당 특허들의 무효성을 주장할 수 없고, 2) 설사 금반언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도 이들 특허는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Minerva가 Hologic의 특허들을 침해하였다고 지방법원은 판결하였습니다.
한편, 침해소송이 제기된지 몇 개월 후, Minerva는 특허심판원(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PTAB)에 ‘183 특허와 ‘348특허의 IPR을 신청하였습니다. PTAB은 ‘348 특허의 IPR 신청은 거절하였지만, ‘183 특허의 IPR은 개시하였고, 2017년 12월에 ‘183 특허가 무효라고 결정하였습니다. 이 결정은 2019년 4월에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에서 확인되었습니다(affirmed).
그동안 Hologic은 지방법원에서 두 개의 특허에 대한 추가 손해배상금(damages)과 영구적 금지명령(permanent injunction)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였으나, 2019년 5월, ‘348 특허에 대한 추가 손해배상금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이 ‘183 특허가 무효라는 PTAB의 결정을 확인(affirm)한 후 였던 터라, 지방법원은 ‘183 특허에 대한 추가 손해배상금 및 영구적 금지명령 신청을 거절하였습니다. 이는, 양도인 금반언이 지방법원에서는 적용되더라도, 양도인 금반언이 적용되지 않는 IPR 결과를 Minerva가 우회적으로 지방법원에서 특허침해에 관해 방어 수단으로 이용한 것을 보여줍니다.
이 후 Minerva와 Hologic 모두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였습니다. Hologic은 지방법원 절차는 IPR 결과와 독립적이며, 지방법원이 Minerva가 PTAB 의 ‘187 특허에 대한 무효 결정을 받아들인 것은 양도인 금반언 원칙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Minerva는 지방법원이 1)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에 따라 Minerva가 ‘348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것과 2) 금반언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더라고 ‘348 특허는 유효하다는 것에 대한 판결들에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20년 4월 22일, 세 개의 판결 모두를 확인(affirm)했습니다. 이는, 양도인 금반언이 IPR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연방항소법원의 선례(precedent)에 따라, IPR에서는 특허 양도인 (혹은 양도인의 관계인)이더라도 해당 특허에 대한 무효성을 제기할 수 있지만, 지방법원에서는 양도인 금반언이 적용되어 무효성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Minerva의 주장
위의 2020년 4월 22일 연방순회항소법원 판결 이후, Minerva는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을 폐지하는, 혹은 폐지하지 않더라도 그 사용을 제한하고 정립하는 것을 요청하는 상고허가(writ of certiorari)를 신청하였고, 2021년 1월 8일에 미 대법원이 신청을 수용하였습니다. Minerva의 주장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Minerva의 주장의 핵심은,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은 특허 유효성 혹은 침해와 관련된 소송에서 언제나 무효(invalidity) 방어주장(defense)을 할 수 있다는 특허법의 내용에 반하며, 공익을 오히려 저해하므로 폐지 혹은 제한이 필요하고, 본 사건이 현재 이 원칙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하급심(lower courts)들에게 대법원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입니다. 미국 특허법– 35 U.S.C. § 282(b) –에서 무효(invalidity) 주장은 모든 특허 유효성 혹은 침해와 관련된 소송에서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특허 양도인이 해당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은 특허법의 내용과 다르고, 부실 특허는 기술발전을 저해하므로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는 것은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은 현재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례에 따라 지방법원에서는 적용되지만 IPR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바 일관성이 없고, 1969년에 미 대법원이 Lear2에서 실시권자 금반언(licensee estoppel)을 폐지한 것처럼 양도인 금반언 또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나, 해당 특허에 대해 가장 잘 알고있는, 그러므로 그 특허의 결점(flaw) 또한 잘 알 수 있는, 특허 발명자가 그 유효성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결국 부실 특허들이 계속 살아남아 정당한 경쟁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의 예전 판례를 살펴보면 대법원은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을 제한적으로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본 사건에서 양도인이 양도한 특허 자체에 대한 무효 주장이 아닌, 양도된 특허출원을 기반으로 등록된 넓은 범위의 특허권에 대한 무효 주장에 대해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을 무리하게 확대 적용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정 의견서 (Amicus Curiae)
본 상고 허가 신청과 관련하여, 여러 지적재산권 법학 교수들이 Minerva의 주장을 옹호하는 법정 의견서(amicus curiae)를 제출하였습니다. Amicus Curiae는 법원의 친구(friend of the court)라는 뜻의 라틴어로, 사건 당사자가 아니지만 해당 사건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 3자가 자발적으로 소견서를 제출하여 상고 허가 여부에 지지 혹은 반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미 전역에 걸쳐 26명의 교수들이 이번 의견서에 참여하였고, 그들은 대법원이 Minerva의 신청을 수용하기를 촉구하며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의 폐지 혹은 본래의 취지대로 제한된 범위에서의 적용을 원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또한, 비영리 단체 Engine Advocacy도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은 아주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법정조언자들의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이 주로 스타트업 기업이 양수인의 전 직원(former staff)을 채용했을 때에 제기된다는 점을 들며, 이는 직원들의 이직/전직을 저해하며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방해한다고 하였습니다.
여러 가능성…
아직 이후의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미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특허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assignor estoppel)이 폐지가 될 지, 적용 범위가 축소되어 아주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제기될 수 있을지, 혹은 현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의 판례대로 지방법원(district court)에서는 적용이 되나 IPR 절차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상황을 유지할 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미 대법원이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을 한정적인 상황에서만 적용해 왔다는 점, Lear에서 실시권자 금반언을 폐지했고 특히 최근에는 특허를 더 많은 방법을 통해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한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 그리고 양도인 금반언을 IPR에까지 확장하자는 Hologic의 반대 청원은 거절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순회법원 간에 양도인 금반언의 적용에 대해 불일치가 있는 현 상황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만약 미 대법원이 Minerva에 동의하여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을 폐지시킨다면, 앞으로 특허 양도인 혹은 양도인의 당사자 관계인이 침해소송의 특허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게 되겠지만, 과연 그것이 정말 공익을 위한 것일지는 또 다른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실시권자 금반언이 폐지된 이후에도 양도인 금반언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양도인(assignor)은 해당 특허권에 대해 이미 모든 대가를 지불 받은 상태이지만, 실시권자는 어쩌면 무효일 지도 모르는 특허임에도 불구하고 그 로열티를 계속 지급해야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양도인 금반언이 폐지된다면, 양도인은 이미 그 특허에 대한 대가를 이미 모두 받은 상태에서 해당 특허에 대한 무효 주장을 제기하여 양수인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양도인 금반언이 폐지된다면, 앞으로 특허 매매 계약서에 ‘매도인이 추후에 해당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새로운 조항이 추가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다른 견해에 따르면, 양도인 금반언이 폐지된다면 특허 매매 협상이 더뎌 지거나, 특허를 매입하기 꺼려지게 되거나, 혹은 양도 금액이 작아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에도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IPR을 통해 PTAB에서 양도인이 양도한 특허에 대한 무효 주장이 가능하고, 실제로도 많은 양도인들이 PTAB에서 이의제기를 하고 있으므로, 양도인 금반언이 폐지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을 폐지하지 않더라도, 미 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또 다른 결정은 그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가능성은, 특허의 발명자만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발명자의 당사자관계인(예컨대 발명자가 설립한 회사 등)은 특허 발명의 유효성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없게 제한하는 것입니다. 두번째 가능성은, 만약 특허의 매도자(seller)가 그 특허의 무효성을 알고도 매입자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면, 그 매도자는 해당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특허 매도자와 발명자가 다를 수 있으므로, ‘매도자’의 범위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본 사건에서 Minerva가 주장하는 것처럼, 양도인이 양도한 그 특허에 관해서만 무효 주장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양도한 특허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에서와 같이 우선권 주장을 기반하여) 취득한 새로운 특허의 결점에 관해서는 그 유효성에 대한 이의제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양도인이 양도한 특정 특허에 대해서만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이 적용되고, 청구범위가 다른 특허들에 대해서는 양도된 특허에 기반하였다고 하여도 무효 주장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Minerva는, Hologic이 Truckai가 양도한 예전 특허를 확장하여 새롭게 취득한 특허들의 유효성의 대해서만 이의제기를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Hologic이 해당 특허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청구항 발명을 클레임하였기에 그에 대한 무효를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대법원이 IPR에 양도인 금반언 원칙 적용을 요청하는Hologic의 반대 청원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최소한 IPR에서는 양도인 금반언을 적용하지 않는 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상고허가 신청을 거절할 때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으므로, Hologic의 신청이 거절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이번 사건의 결과 혹은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이 폐지되든 또는 그 적용 범위가 제한되든, 본 상고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법원의 판결이 나면 양도인 금반언의 원칙의 적용 범위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1 Arista Networks, Inc. v. Cisco Sys., 908 F.3d 792 (Fed. Cir. 2018).
2 Lear, Inc. v. Adkins, 395 U.S. 653, 89 S. Ct. 1902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