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에 열린 미국 교통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부장관(Deputy Secretary) 임명/추천 청문회(nomination hearing)에서, 대통령 추천자(presidential nominee)인 Polly Trottenberg는 현재 교통부가SK 이노베이션의 자동차 배터리 수입을 금지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의 제한적 수입배제 명령(Limited Exclusion Order)을 이미 인지하고 있음을 알리며, 그와 관련하여 백악관에 전달할 분석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이번 청문회에서 미국 조지아(Georgia) 주 상원의원인 Raphael Warnock은, 현재 조지아 주에서 건설 중인 SK 이노베이션의 전기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언급하며, 이 공장은 26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조지아 주의 역대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이며 이를 통해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증가에 도움이 되어 Biden 대통령의 ‘탄소 제로’ 목표와도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ITC의 제한적 수입배제 명령은, 조지아 주가 이번 프로젝트에 한 투자, 새로 창출될 일자리를 기다리던 사람들, 그리고 Biden대통령의 목표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결정이라고 하며, 미국 교통부가 해당 수입배제 명령이 대통령의 ‘녹색 에너지’ 목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대통령에게 전달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이 SK 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했던 영업비밀 침해소송 (In the Matter of Certain Lithium Ion Batteries, Battery Cells, Battery Modules, Battery Packs, Components Thereof and Processes Therefor, 337-1159, U.S. International Trade)에서, ITC는 지난 2월 10일 발표한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에서 결석판결(default judgment)을 통하여,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와 부속품의 수입을 10년간 금하는 제한적 수입배제 명령을 내렸습니다. 다만, 미국내 생산(domestic production)을 위하여, 예외적으로 포드(Ford)사와 폭스바겐(Volkswagen)사의 특정 전기자동차 모델의 부속품 수입을 각각 4년, 2년 동안 허용하였고, 미국 고객에게 판매된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수리를 위한 수입 또한 허용하였습니다. 본 소송은 2019년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여러 전문 인력을 채용하면서 그들이 많은 기밀 문서를 빼돌렸고, 또한 이를 통해 SK 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다는 주장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소송 과정에서 LG 화학이 SK에 대한 포렌식 검사(forensic examination)를 요청하였으나, SK이노베이션은 해당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였고(failure to comply), 2020년 2월, ITC의 담당 행정판사 (Administrative Law Judge (ALJ))는 증거 훼손(evidence spoliation)을 이유로 결석 판결하였습니다. 조기 패소 예비 결정(Initial Determination) 직후SK이노베이션은 예비 결정에 대한 ITC의 심사를 요청하였습니다. 이번 최종결정에서 ITC는 행정판사의 조기 패소 예비 결정을 확인하며, SK이노베이션이 LG 화학의 22개 영업비밀을 침해하였음으로 10년 간의 제한적 수입배제 명령과 침해한 영업비밀에 대한 정지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번 ITC의 최종결정에 대하여 SK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는 지난 10년 이상 안정성 문제가 일어난 적 없는 ‘가장 안전한 배터리’인 만큼, 본 판결은 미국의 전기자동차 발전과 전기자동차 고객들의 안전에 크나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며, 조지아 주의 공장이 중지된다면 그 손해는 SK뿐만 아니라 조지아 주와 미국 전체의 경제가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SK는 Biden대통령이 해당 결정을 뒤집기를 기대하며, 이번 결정이 Biden대통령의 Clean Energy 정책 들에도 반하는 판결이라고 강조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LG 또한 미국 경제가 해를 입는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SK 가 계속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밝히며, SK가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법에 따라 그 대가를 지불한다면 합의할 의사가 있음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거액이 걸려있는 만큼 두 기업 간의 입장 차가 좁혀지고 있지 않으므로, 쉽게 합의점에 도달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LG는 3조원 안팎의 금액을, 그리고 SK는 수천억원대를 바라는 가운데, SK 측이 11일 밝힌 바에 따르면, SK이사회는 만약 LG가 미국 투자금보다 많은 배상금을 요구할 경우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으므로, 사실상 미국사업을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한편, 올해 취임한 Biden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Clean Energy Plan’을 공약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공해 없는 에너지 발전을 최우선적인 방침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Biden 대통령은 취임 첫 날, 작년 11월에 Trump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하였고, 1월 27일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탄소 제로(zero)’를 목표로 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Biden대통령은 대규모의 정부 소유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고,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전체 자동차 산업에서 약 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2030년까지 미국 내 약 50만개의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짓는 등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공약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3월 4일, ITC는 96쪽에 달하는 공개 결정문 의견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의견서에서 ITC는 SK가LG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였고 또한 악의적으로 증거 문서들을 훼손하였다고 하며, 미국의 두번째로 큰 자동차회사인 포드(Ford)사가 이번 조사 이후 SK의 위법행위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SK의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고집하는지 질타하였습니다.
하지만 ITC의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이 마지막 단계는 아닙니다. SK 이노베이션이 현재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대통령 검토(Presidential Review) 기간입니다. ITC의 최종결정이 발표된 시점부터 60일 간 대통령 검토 기간이므로, 4월 11일까지 Biden 대통령이 해당 결정을 검토하고 미국 무역대표(U.S. Trade Representative)를 통해 반대(veto)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대통령이 ITC의 결정에 반대한 적은 겨우 6번밖에 없을 정도로 드뭅니다. 하지만, 비록 대통령이 ITC의 최종결정에 반대하는 일은 아주 드물긴 해도 이때까지 보여온 Biden 대통령의 행보로 보아서, 전기자동차의 발전을 위해 이번 ITC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최종결정을 반대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해보이지는 않습니다. 또한, 미국 교통부의 부장관 후보인 Polly Trottenberg가 약속한 만큼, 교통부의 분석에 따라 SK에게 힘이 실릴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