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이 밝았습니다. 올해에도 대법원,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및 특허심판원(Patent Trial and Appeal Board)에서 수많은 지식재산권 관련 판결들을 내겠지만, 본 지면에서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올해 안으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는 특허 사건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SCA Hygiene Products AB et al. v. First Quality Baby Products LLC
먼저, 특허 침해 소송에서 방어방법으로 laches(소제기의 태만)를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SCA Hygiene 사건입니다. 본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에 있으며, 지난 해 11월 구술심리가 이미 진행된 바 있습니다.
Laches가 특허 침해소송에 있어 적법한 방어방법에 해당하는지 특허법은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그간 형평의 원칙을 적용하여, 특허권자의 소제기 태만을 권리행사제한 사유로 인정해 왔습니다.
그러나, 2014년 대법원이 Petrella v. Metro-Goldwyn-Mayer, Inc. 사건에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는 laches를 방어방법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한 이후로, 이러한 법리가 특허 침해 소송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논의가 있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상기 저작권 사건에서 대법원이 laches를 방어방법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저작권법이 권리행사의 소멸시효를 별도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대법원은 형평의 원칙상 방어방법으로 인정되는 laches는 소제기의 근거가 된 법률이 권리행사의 소멸시효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를 위한 것으로 판단하였고, 따라서 소멸시효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저작권법의 경우 laches를 방어방법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SCA Hygiene 사건을 심리한 연방순회항소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저작권 사건과 달리 특허침해 소송에서는 laches가 여전히 방어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특허침해의 방어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특허법 282(b)(1)조가 “noninfringement, absence of liability for infringement or unenforceability”를 포함하고 있어 laches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사유를 포함할 수 있는 포괄적인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음에 주목하였습니다. 아울러 해당 조문의 작성에 관여한 P.J. Federico의 해설서에서 laches를 상기 조문의 구체적 예로 언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국회가 laches를 침해소송의 방어방법으로서 입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울러 특허법 286조가 소제기 시점으로부터 6년 이전의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은 소제기 자체를 금지하는 소멸시효 규정이 아닌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에 불과하여, 상기 대법원의 저작권 관련 Petrella 사건과 달리 특허법은 소멸시효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없어 laches가 방어방법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하지만 특허법 282조, 286조 및 P.J. Federico 해설서의 해석에 대해서는 전원합의체판결 소수의견에서 다투어졌고 대법원에서 또한 다투어지고 있습니다. 특허법에 명시적인 규정은 두고 있지 않지만 법원에 의해 오랫동안 특허침해소송의 방어방법으로 인정되어 온 laches가 과연 방어방법으로서 계속 유지될지 배척될지, 대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Impression Products, Inc. v. Lexmark International, Inc.
두 번째는 특허권 소진이론을 쟁점으로한 Lexmark 사건 입니다.
본 사건에서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해외에서 판매된 특허품이라도 미국 내(이하, 국내)로 재유통된 경우, 이에 대해서는 권리소진 법리가 적용되지 않아 침해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여 해외에서의 권리소진이 국내에까지 미치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특허권자는 특허품 구매자의 행위에 제한을 둘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특허권자가 특허품 판매시 제한을 둔 행위 (예를 들면, 사용된 잉크카트리지를 다시 충전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에 대하여는 권리소진 이론이 적용되지 않아, 이러한 행위가 침해를 구성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상기 첫 번째 쟁점은 물류에 있어 국경이 모호해지는 최근 추세를 고려할 때, 특허권 소진의 국제적 범위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고, 두 번째 쟁점은 제품의 다양화에 따른 판매 이후 사용행태에 구체적인 제한을 둘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 역시 결과가 주목됩니다.
또한, 본 사건의 판결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해외 라이센싱 또는 판매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언론의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에서 의약품의 가격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브랜드 의약품의 가격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습니다. 반면 미국 외의 많은 나라들은 정부가 의약품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어 동일한 의약품이 미국에서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에서의 판매에 따른 특허권의 소진 법리를 미국 내에까지 연장시킬 수 있게 된다고 볼 경우, 또는 이러한 구매자의 행위에 별도의 제한을 둘 수 없다고 볼 경우, 현재의 시장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TC Heartland LLC v. Kraft Food Brands Group LLC
세 번째로, 특허소송에 있어서 사건이 처리되는 법원인, 재판적(venue)을 어떻게 결정해야하는지를 쟁점으로한 Kraft 사건입니다.
본 사건에서 대법원은 재판적을28 U.S.C. § 1400(b)을 단독 적용하여 규율해야 하는지, 28 U.S.C. § 1391를 보충 적용하여 규율해야 하는지를 심리하게 될 것입니다.
먼저, 28 U.S.C. § 1400(b)는 “특허, 저작권, 마스크 워크 및 디자인(Patents and copyrights, mask works, and designs)”에 관한 법률로서, 재판적을 (i) 피고가 거주하는 관할구역 혹은 (ii) 피고가 침해행위를 행하였으며, 정기적이고 고정적인 사업장이 위치한 장소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28 U.S.C. § 1391은 “재판적 일반(venue generally)”에 관한 법률로서, (c)항에서 기업의 거주지를 폭 넓게 정의하여 특허소송의 재판적을 사실상 미국 전역으로 확대해석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28 U.S.C. § 1391의 보충 적용 여부에 따라 재판적 결정이 다르게 될 수 있는데, 현재 법원은 28 U.S.C. § 1391를 보충 적용하여 특허소송의 재판적을 결정하고 있어,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기로 유명한 텍사스동부연방사법구역에 특허소송이 집중되는 등 불균형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재판적이 소송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소송 전략수립에 중요하므로 대법원이 현재의 재판적 결정 기준을 유지할 것인지 변경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