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등록특허의 무효를 다투기 위한 IPR(Inter Partes Review)은 특허청의 PTAB(Patent Trial and Appeal Board)에서 심리되지만, 그에 대한 항고심 및 상고심은 연방 사법권을 가지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CAFC) 및 대법원이 관할을 가집니다. 그런데 연방 정부의 조직 체계상 특허청은 미국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의 산하 기관이므로 PTAB의 결정에 대한 CAFC로의 항고는 결국 사건이 행정부 관할의 영역에서 사법부 관할의 영역으로 변경됨을 의미합니다. 이로 인해 IPR의 청구인(petitioner)은 이 두 영역의 경계에서 미처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IPR 단계에서는 적법한 IPR 당사자로서의 자격에 관하여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청구인이 CAFC에서는 당사자 적격(standing)의 흠결로 인해 항소 기각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인데, 이와 같은 당사자 적격의 단절은 행정 절차와 사법 절차에서의 당사자 적격이 서로 독립적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IPR은 원칙적으로 누구나 청구할 수 있도록 특허법 § 311(a)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면, 항고심에서의 당사자는 미국 헌법상의 당사자 적격, 이른바 Article III standing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IPR 청구인이 Article III standing이 있는지는 CAFC에서 비로소 가려지게 되겠죠. 여기서 Article III standing은 연방 사법부의 권한을 규율하는 미국 헌법 3조의 이른바 “case or controversy” 조항으로부터 해석상 도출된 것인데,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그 요건을 해석하고 있습니다.
1. 원고는 실질적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 (The plaintiff must demonstrate injury-in-fact).
2. 원고는 그 피해가 피고의 계쟁 행위로 인한 것임을 보여야 한다 (The plaintiff must show that the injury in question is fairly traceable to the defendant’s challenged action).
3. 그 피해는 사법적 구제에 의해 해소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The injury alleged by the plaintiff must be one that could be redressed by a favorable judicial decision).
나아가 대법원은 여기서의 실질적 피해(injury-in-fact)는 실제로 존재하거나(actually exist) 곧 직면하게 될 정도(imminent)의 손해여야 한다고 하여, 실질적 피해의 요건으로서의 구체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였습니다.
최근에 특허 US 8,337,856(이하 ‘856 특허)에 대한 IPR의 항고심인 Phigenix v. Immunogen 사건에서, CAFC는 실질적 피해의 부재를 이유로 원고 Phigenix의 당사자 적격을 부정하며 항고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사실 관계를 살펴보면 IPR의 대상이 되었던 ‘856 특허는 항체 접합체 및 그를 이용한 암 치료방법에 관한 것으로서, Phigenix는 ‘856 특허가 진보성 결여로 인해 특허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IPR을 청구하였고, PTAB은 ‘856특허의 진보성을 인정하는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에 불복하여 Phigenix가 ‘856특허의 특허권자인 Immunogen을 피고로 하여 CAFC에 항고를 한 것입니다. 한편, 피고 Immunogen으로부터 ‘856 특허에 대한 독점적 라이센스를 획득한 Genentech은 이 특허를 이용하여 Kadcyla라는 항암제를 제조 및 판매하였는데, 제약 및 생체 의학 분야의 리서치를 주 업무로 하는 회사인 원고 Phigenix는 실제 의약품을 제조하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항암제와 관련된 특허 US 8,080,534(이하 ‘534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Phigenix는 Genentech의 Kadcyla 사업 행위가 본사의 특허 ‘534에 의해 포함되는 범위에 속하고, 또한 ‘856에 클레임된 발명도 ‘534 특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면서, Genentech이 ‘534특허에 대한 실시허락(license)을 받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여러 관할에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고, 또한 자신의 특허포트폴리오의 실용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IPR을 청구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IPR 결정에 불복하는 소가 CAFC에 제기되자 피고 특허권자 Immunogen은 Phigenix가 소송에 필요한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하여 소의 각하를 신청하였고, 이에 대해 원고인 Phigenix는 자신의 실질적 피해에 대한 근거로 ‘856 특허로 인해 자신의 ‘534 특허를 이용한 라이센싱 사업이 지장 받고 있음을 주장하였습니다. 즉, ‘856 특허가 없었다면 ‘534 특허로 인한 자신의 라이센싱 수입이 증가했을 것이므로 실제로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이죠. 그러나 CAFC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856 특허의 라이센스를 받은 회사들 중 어느 하나 회사라도, 또 더 나아가 어느 누구도 원고의”534 특허에 대한 라이센스를 받았다는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못한 이상, ‘856 특허로 인해서 원고가 주장하는 실질적 피해가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당사자의 Article III standing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 요건으로서의 실질적 피해가 충분히 구체적(concrete)임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실제 사례에서 당사자의 피해가 충분히 구체적인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참고로 특허 관련 소송은 아니지만 작년에 있었던 Spokeo, Inc. v. Robins 사건에서 대법원은 실질적 피해의 구체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하여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주요 판결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Spokeo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가 원고의 개인 정보를 무단 이용함으로써 사생활 보호 취지의 법률을 위반한 사실만으로는 원고에게 구체적 손해(concrete harm)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여 실질적 피해를 인정하는 데 다소 엄격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다시 Phigenix 사건으로 돌아가면, 원고는 추가적으로 특허법 § 141(c)에서IPR 당사자에게 PTAB의 특허 유지 결정에 대해 CAFC에 항고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자신은 당사자 적격이 있음을 주장하였습니다. 법 § 141(c)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A party to an inter partes review or a post-grant review who is dissatisfied with the final written decision of the 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under section 318(a) or 328(a) (as the case may be) may appeal the Board’s decision only to the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이에 대해 CAFC는 원고가 일단 항소 절차를 개시한 것은 인정되기 때문에 법 § 141(c)에서의 권리 자체를 박탈당했다고 볼 수 없고, 비록 법률상 부여된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러한 행위를 하는 당사자가 Article III standing이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한편, 원고는 특허법 § 315(e)에서 규정하는 금반언(estoppel) 효과에 의해서도 자신은 PTAB의 특허 유지 결정으로 인해 실질적 피해를 받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 § 315(e)는 IPR에서 주장하였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사항을 이유로 하여 이후 특허청, ITC, 연방 지역 법원에서 절차를 유지/개시할 수 없다는 내용의 규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CAFC는 Consumer Watchdog 사건을 인용하며, 원고가 계쟁 특허로 인해 침해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어떤 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한 금반언 효과는 실질적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의 특허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PTAB의 결정에 대해 CAFC의 사법적 판단(judicial review)을 받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IPR의 청구인에게 PTAB의 결정에 대해 불복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이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당사자에게는 적지 않은 혼란과 예상치 못한 손실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앞서 살펴본 금반언 효과를 감안할 때, 별다른 이해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어 내지 예방 차원에서 타사 특허에 대해 IPR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은 IPR의 좋지 못한 결과가 나중에 커다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도록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특허무효심판과 관련한 심급제도는 미국의 IPR과 유사한 면이 많습니다. 즉, 특허무효심판은 특허청 산하의 특허심판원에서, 그리고 그 이후의 불복 절차는 사법 기관인 특허법원과 대법원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가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할 수만 있다면 특허유지심결에 대해 특허법원에 항소하는 단계에서 미국에서와 마찬가지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현행 특허법에서는 설정등록이 있는 날부터 등록공고일 후 3월 이내에는 “누구든지”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특허법 제133조 제 1항). (단, 2017.3.1.부터 시행되는 개정법에서는 무효 심판의 경우 이해관계 없는 제3자가 청구할 수 없도록 변경됨.)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은 “No” 입니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미국 헌법과 같이 당사자 적격을 관련 절차법과 별개로 규율하는 상위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효심결취소소송은 우리 민사소송법상 형성(形成)의 소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개별 법률, 즉 특허법에서 규정하는 대로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는데, 특허법에서는 심판 당사자에게 무효심결취소소송에 대한 당사자 적격을 부여하고 있으므로(법 제186조 제2항), 결국 우리 법제에서는 모든 특허무효심판의 당사자는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하는 경우,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